소득의 구분(양도소득 vs 배당소득)
1. 문제의 제기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을 회사에 처분하고 소득을 얻게 되는데, 그 소득이 양도소득인지 또는 배당소득인지 문제된다. 구 상법에서는 특정목적의 자기주식 취득만 허용하였고, 소득세법 제17조 제2항 제1호의 의제배당은 주식의 소각이나 자본감소를 요건으로 하므로 대부분 소각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인지 또는 소각 이외의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인지 여부가 다투어졌다.
그러나 개정 상법에서는 특정목적의 자기주식 취득 이외에 배당가능이익내의 자기주식 취득도 허용되므로 배당가능이익 내의 자기주식 취득의 경우에 주주가 얻은 대가는 어떠한 소득으로 과세해야 하는지도 추가로 문제된다.
2. 소득구분의 실익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처분하고 얻은 소득이 양도소득인지 또는 배당소득인지를 구분하는 실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식 양도소득과 배당소득은 적용세율이 다르다.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중소기업의 주식에 대하여는 10%, 그밖의 주식에 대하여는 20%의 세율이 적용되고, 배당소득의 경우 2,000만 원까지는 14%,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과세표준에 따라 6%∼45%의 세율이 적용된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소액주주가 상장주식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둘째,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주식을 시가대로 거래하지 않으면 양도소득과세 이외에 고가 및 저가양도에 따른 증여세 과세문제도 생길 수 있다.
셋째, 회사 입장에서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는 원천징수를 하지 않지만 배당소득에 대하여는 원천징수를 해야 하므로 세무처리에 차이가 있다.
3. 소득구분의 기준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처분하고 얻은 소득이 양도소득인지 또는 배당소득인지 구분하는 기준이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해석은 법원에 맡겨져 있다. 이하에서는 구 상법 시행시기에 판례가 제시한 소득구분의 기준과 이러한 기준이 구체적인 사례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1) 판례가 제시하는 양도소득과 배당소득의 구분기준
판례는 주식의 매도가 자산거래인 주식 양도에 해당하는지 또는 자본거래인 주식소각이나 자본 환급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거래의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를 기초로 판단해야 하지만, 실질과세원칙상 단순히 계약서의 내용이나 형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와 계약체결의 경위, 대금의 결정방법, 거래의 경과 등 거래의 전체과정을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소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는 자본거래로 보아 주주의 배당소득으로 구분하고, 소각 이외의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는 손익거래로 보아 주주의 양도소득으로 구분하라는 의미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항은 위와 같은 소득구분 기준은 비상장주식의 취득이나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장외거래에서의 취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과세당국은 상장법인이 거래소를 통하여 불특정다수의 주주로부터 상장된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소각할 경우에는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이라고 하더라도 자본환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사람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배당소득과세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
(2) 판례의 구체적 사안
①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1두6227 판결(판례①)
회사가 주주로부터 자기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주주총회에서 자본감소 결의를 하고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곧바로 주식을 소각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함께 회사가 매매대금과 액면금 합계액의 차액을 감자차손으로 회계처리한 점, 위 자본감소 결의를 할 때 주식 가액의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회사가 자기주식 취득 당시 주주는 다른 회사의 주식도 다수 보유한 점 등에 비추어, 주식거래는 주식소각방법에 의한 자본감소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주주가 얻은 소득은 배당소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②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두19628 판결(판례②)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1개월 만에 자본감소 결의를 하고, 주식을 소각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자본감소 결의를 하고 주식을 소각하였으나, 주식을 취득한 후 단기간 내에 주식을 소각한 점, 주주가 회사를 퇴직하고 11개월 정도 지난 후에야 회사에 주식의 매수를 요청한 점, 주주가 회사에 대한 출자금을 회수하여 이를 재단법인에 출연하기 위하여 회사에 총평가액 130억 원이 넘는 주식의 매매 및 재단법인에 대한 출연 등 관련 사항 일체를 위임한 점, 주식의 3자 매각 시도가 실패로 끝난 상태에서 주식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점, 주주가 주식소각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금을 제외한 주식의 소각대금을 전부 재단법인에 출연한 점 등에 비추어, 주식거래는 주식소각방법에 의한 자본감소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주주가 얻은 소득은 배당소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③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6두49525 판결(판례③)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1년 3개월 만에 주식 소각을 결정하고 주식을 소각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주식 소각까지의 기간이 1년 3개월로 장기이나,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던 회사가 사업의 원천이 되는 토지의 절반 가까이를 양도하여 마련한 돈으로 구 상법상 취득이 제한된 자기주식을 같은 날 취득하면서 그 처분을 위한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았고, 회사가 매도한 위 토지의 매수인이 양도주주들 중 1명이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회사였던 점, 소규모 비상장 회사로서 주주들이 모두 대표이사의 친인척들로 구성되었고 설립 이래 한 번도 주주 변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회사가 전체 주식의 49.8%나 되는 주식을 취득한 다음 1년 3개월 동안 그 처분을 위하여 노력하지 않은 점, 회사와 양도주주들 사이의 주식매매계약서, 주식 취득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주식의 향후처리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회사가 주식을 취득할 당시 주식소각 또는 자본환급의 목적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배당소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소득세법 시행령 제46조 제4호는 주식소각으로 인한 의제배당소득의 수입시기를 주식의 소각 결정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회사가 그 전에 주주에게 지급한 주식대금을 세법상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된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지체없이 소각한 경우에는 주식대금을 수수한 시기와 주식의 소각 결정일이 근접하므로 문제되지 않으나,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장기간이 지나 소각한 경우에는 주식대금을 수수한 시기와 주식의 소각 결정일 사이에 큰 차이가 나므로 미리 지급한 주식대금의 처리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주식의 소각 결정일 이전에 지급된 주식대금의 성격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이라고 보아 그에 대한 인정이자 상당액을 익금산입하여 법인세를 과세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④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3두1843 판결(판례④)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1년 10개월 이상 지나 주식의 소각을 결정하고 주식을 소각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주주가 포괄적 영업양도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회사 등에 양도하고 그로부터 1년 10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 회사는 그 사업상 필요에 의하여 자본감소 결의를 한 후 일부 발행주식을 순차적으로 소각한 것이므로 주주가 회사에 주식소각의 목적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판례④가 판례③보다 먼저 선고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판례③ 뒤에 소개한 것은 판례①, ②, ③은 주식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는 공통점이 있으나, 판례④는 주식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3) 판례의 분석
판례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처분하고 얻은 소득이 양도소득인지 또는 배당소득인지 구분할 때 주식을 회사에 처분한 시점의 사정 뿐 아니라 거래의 전체과정을 파악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는 주식 처분이전의 사정 뿐 아니라 주식 처분 이후의 사정도 고려하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판단기준과 함께 앞서 살펴본 판례 사안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표지를 찾아낼 수 있다.
첫째, 회사가 자본감소 결의나 소각 결의를 한 후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주식을 소각한 경우는 물론 자기주식을 취득한 이후에 자본감소 결의나 소각 결의를 한 경우에도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이라고 보아 배당소득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의 소각이 이루어진 이상, 그것이 자기주식취득 이후의 자본감소 결의나 소각 결의에 근거한 것이라도 폭넓게 소각 목
적의 자기주식 취득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가 주식소각을 위한 자본감소 결의를 한 후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소각한 판례①의 경우는물론 자기주식 취득 후 소각결의를 하고 주식을 소각한 판례②, ③의 경우 도 배당소득으로 인정하였다.
둘째, 자기주식 취득 후의 자본감소 결의나 소각 결의에 의하여 자기주식을 소각한 경우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시점과 주식을 소각한 시점이 근접할수록 배당소득으로 구분할 가능성이 높고,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이후 처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거나 제3자에게 처분이 불가능한 상황인 경우 배당소득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37) 이러한 기준에 서 보면 회사가 자기주식 취득 후 1개월 후에 자본감소 결의를 하고 주식을 소각한 판례②의 경우를 배당소득으로 인정한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회사가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3개월 후에 소각결의를 하고 주식을 소각한 판례③의 경우를 배당소득으로 인정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셋째, 특정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은 주식 소각 이외에도 회사의 합병, 영업전부의 양수,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 등이 있는데, 특별히 주식 소각 이외의 다른 사유가 없으면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이라고 인정하여 배당소득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양도소득과 배당소득의 구분이 문제되는 사안은 자기주식의 취득 전후를 불문하고 모두 주식의 소각이 이루어진 경우이므로 주식 소각 이외에 다른 목적이 특별히 개입되지 않으면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이라고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례④의 경우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1년 10개월이 지나 주식을 소각하였으므로 지체없이 소각하지 않은 사정과 함께 무엇보다도 주주가 포괄적 영업양도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이므로 배당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위에서 살펴본 판례는 구 상법이 적용되는 사안들이었으므로 소각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배당가능이익 내의 자기주식 취득으로 주주가 얻은 소득이 양도소득인지 또는 배당소득인지에 대한 판례는 아직 선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당가능이익 내의 자기주식 취득의 경우 매매대금 전액을 배당소득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자본감소나 주식소각이 수반되지 않는 자기주식 취득으로 얻은 대금을 배당소득으로 과세하는 근거규정이 없는 이상, 해석론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배당가능이익 내의 자기주식 취득의 경우 주주가 얻은 소득은 배당 재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배당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판례의 해석을 그대로 적용하면 배당가능이익 내의 자기주식 취득은 소각 이외의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양도소득으로 구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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