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판매보상청구권의 의의
미술진흥법은 미술의 창작과 유통 및 향유를 촉진하고, 이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 2021년 7월에 처음 발의되었고, 2023년 7월에 공포되었으며, 2024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미술진흥법은 미술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예정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내용은 [재판매보상청구권]이다. [재판매보상청구권]에 관한 규정은 그 파급력을 고려하여 시행을 4년간 미루기도 하였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유럽에서는 [추급권(Artist’s Resale Right, Droit de suite)]으로 불린다. 예술가의 작품이 2회 이상 재판매될 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예술가나 유족들이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작가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 영국에서는 작품가격에 따라, 50,000유로미만 4%∼500,000유로 이상 0.25%를 추급권 로열티로 정하고 있다.
이 권리는 추급권을 법적으로 인정한 국가의 작가만이 누릴 수 있다. 추급권은 1920년 프랑스가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2001년 9월 [유럽연합 국가 간 통일 추급권]이 채택되어 현재 모든 EU 회원국이 추급권 제도를 도입했다. 국제적 저작권 협약인 베른협약에도 추급권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추급권을 입법했다가 현재는 효력을 잃은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추급권 도입을 논의한 것은 2007년 한 EU FTA 협상을 하던 때다. 화가와 미술협회는 대체로 찬성했지만, 갤러리와 경매회사는 반대하는 경향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추급권의 의의는 무엇일까?
어문저작물은 책의 형태로 대량복제 인쇄되고, 저작자는 책이 팔릴 때마다 인세를 받는다. 음악저작물은 복제되고 연주될 때마다 작곡가가 저작권료를 받는다. 영상저작물은 여러 번 재생되거나, 상영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는다. 책이 많이 팔리거나, 음악이 많이 연주되거나, 영상이 많이 재생될수록 더 가치있는 저작물이 된다.
반대로 미술저작물과 사진저작물, 건축저작물은 작품이 복제될 때마다 원본의 희소성이 감소하여 가치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단 하나의 작품만이 생산되거나, 복수라고 하더라도 매우 한정적으로 생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저작권자는 저작권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하도록 허락하여 반복적으로 수익을 획득할 수 있지만, 미술 저작자는 단 1회 저작물을 판매함으로서 수익을 얻어야 한다. 물론 미술저작물의 형상을 토대로 2차적저작물을 제작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원본 미술시장이 핵심이다. 그래서 저작자가 원작품을 한 번 양도하고 나면 추후에 그 작품 값이 올라도 작가에게 보상이 배분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추급권은 이런 한계를 보완해 작가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신진 작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그 밖에도 유족들이 작가의 유산을 관리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점, 거래의 기록이 투명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이나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① 추급권은 작품이 2회 이상 매매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데, 실제로 1차 판매로 힘든 신진작가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② 추급권이 도입되면 작품가액에 재판매보상금이 전가되면서 작품가액이 높아지고,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③ 추급권을 행사하려면 작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에 유통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하므로, 갤러리들에게 시스템 마련의 부담을 주고, 정부 행정력에도 부담을 준다.
④ 컬렉터들이 매매이력이 드러나는 걸 꺼려 미술시장이 위축되거나 음성화될 수 있다
2. 미술진흥법 규정
[미술진흥법]에 의하면, 작가는 미술품의 소유권이 작가로부터 최초로 이전된 이후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경우 재판매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을 갖게 된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오직 최초의 저작자에게만 부여되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지만, 작가 사후 30년간 존속되므로 법정상속인은 상속받아 행사할 수 있다. 작가보상금의 요율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여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① 재판매가액이 500만원 미만인 경우, ② 업무상저작물인 미술품의 경우, ③ 컬렉터가 원작자로부터 직접 취득하여 3년 이내에 재판매하면서 재판매가액이 2,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된다. 법률 집행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판단된다.
한편 재판매보상청구를 작가가 일일이 챙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음악저작권협회처럼 재판매보상금을 전문적으로 징수하고 분배하는 기관(미술진흥 전담기관)도 출범할 예정이다. 그건 그렇고 재판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보상금이 발생한다면, 재판매가 추적이 된다는 의미다. 재판매 추적의 기초가 되는 것이 [정보제공청구권]이다. 미술진흥 전담기관은 미술품 유통업자에게 재판매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이로써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미술품의 유통도 모니터링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매회사 케이옥션은 미술진흥법 통과 3일만에, 미술품 종합유통체계를 통해 재판매보상 시스템을 준비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3. 소득세
미술품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소득은 어떻게 과세할까? 우리나라는 미술진흥법이라는 별도 법률로 다루지만, 유럽의 추급권은 저작인격권의 일종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미술진흥법에서 미술을 [작가의 사상, 감정이나 예술적 경험을 회화, 조각, 판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행위예술, 응용미술 등 시각적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저작권법의 저작자 정의와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필자는 당초 우리 세법이 작가의 재판매보상금 소득을, 기존 저작권 소득의 일부로 보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던 차, 2023년 1월, 관련 세법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해석이 등장했다.
요즘 미술시장에는 NFT라는 개념이 등장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주제에서 벗어나니 생략하도록 하고 아무튼 [특별히 인증된 디지털미술품]이 유통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NFT를 매매하는 경우 그 내역이 모두 전산상으로 저장되고, 이 속성을 이용해서 처음 NFT를 제조할 때부터 NFT 작품이 팔릴 때마다 최초의 작가에게 수익(가상화폐)이 지급되도록 구조를 설계(스마트 컨트랙트)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판매보상금과 완전히 같은 구조다.
이렇게 지급되는 가상화폐에 대해, 과세대상이 맞는지, 무슨 소득인지,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서면질의가 있었다. 서면질의에 따르면, NFT가 최초발행 된 이후, 거래플랫폼에서 매매될 때마다 매매 당사자에게 수수료를 수취하여 최초발행자에게 지급하면, 그것은 [기타소득]이라고 하며, 원천징수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것이 왜 기타소득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4. 상속세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를 상속재산으로 하고 있으므로,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자연스럽게 포섭될 것으로 보인다. 권리의 평가는, 현행 법체계가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및 저작권 등의 무체재산권의 가액을 평가하는 방식 - 장래의 경제적 이익을 환산하는 방식을 차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방식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장래에 각 연도의 수입금액을 10%로 할인하여 합산하되, 권리존속기간은 최대 20년으로 하는 것이다. 각 연도의 수입금액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최근 3년간 수입금액의 합계액 등을 평균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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