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직금, 누구에게는 보상이고 누구에게는 비용이다
퇴직금은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보상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예측 불가능한 비용이며, 경영의 중요한 부담 요소로 작용합니다. 동일한 금액의 퇴직금이라도 근로자와 사업주가 이를 받아들이는 시각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퇴직연금제도의 유형에 따라 이러한 인식 차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오늘은 퇴직연금의 두 가지 유형인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을 중심으로, 제도의 구조와 시뮬레이션, 각 이해당사자의 관점 차이 등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퇴직연금제도의 큰 틀: DB형과 DC형
퇴직연금제도는 크게 DB형(Defined Benefit) 과 DC형(Defined Contribution) 으로 나뉩니다.
- DB형(확정급여형): 근로자가 퇴직 시점에 받을 퇴직금이 미리 정해져 있으며, 이를 위한 자금 적립 및 운용은 사업주의 책임입니다.
- DC형(확정기여형): 사업주는 매년 일정 금액(통상 연봉의 1/12 이상)을 근로자 퇴직연금계좌에 입금하며, 그 이후 자산 운용은 근로자에게 맡겨집니다.
이렇게 구조가 달라지면서, 퇴직금의 실질 수령액이나 비용 부담 주체도 달라지게 됩니다. DB형은 사업주의 회계 부담이 크고, DC형은 근로자의 투자 능력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근로자 입장에서: 안정성과 예측 가능한 DB형
많은 근로자에게 DB형은 익숙한 제도입니다.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게, 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근속기간이 길고 임금이 꾸준히 상승한 경우, DB형은 퇴직 시점에서 가장 높은 급여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훨씬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반면, DC형은 매년 정해진 금액이 계좌에 적립되며, 이후 수익률에 따라 최종 수령 금액이 달라집니다. 투자에 능숙한 근로자나 이직이 잦은 젊은 세대에게는 DC형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지식이 부족하거나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는 리스크도 안고 있습니다.
4. 사업주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의 DC형
사업주는 DB형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여가 상승하거나 장기근속자가 많은 경우, 퇴직급여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 재무제표상 부채로 반영되어 외부 투자자나 회계 감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DC형은 매년 일정한 금액만 납입하면 책임이 종료됩니다. 비용 예측이 가능하고 예산 수립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DC형이 매력적인 제도입니다. 최근에는 투명한 회계를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DC형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5. 같은 조건, 다른 퇴직금: 시뮬레이션으로 보는 차이
다음은 평균임금 500만 원, 임금상승률 10%, 근속연수 20년, 직원 수 30명을 가정한 퇴직금 시뮬레이션입니다.
✅ DB형
- 퇴직금 = 평균임금(550만 원) × 근속연수(21년)
- 1인당 퇴직금 = 1억1,550만 원
- 전체 퇴직금 규모 = 34억6,500만 원 → 전년 대비 15.5% 증가
✅ DC형
- 퇴직금 = (500만 원 × 20년) + (500만 원 × 10%)
- 1인당 퇴직금 = 1억550만 원
- 전체 퇴직금 규모 = 31억6,500만 원 → 전년 대비 5.5% 증가
같은 조건이라도 임금이 상승하는 구조에서는 사업주 입장에서 DC형이 훨씬 예산 효율적입니다. 반면, 근로자는 수익률에 따라 퇴직금의 실질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이해와 운용 전략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6. 실제 사례로 본 선택과 운용의 중요성
최근 필자는 한 금융기관의 지역본부장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후 퇴직연금 자산을 ETF에 투자해 약 1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례를 들었습니다. 본인의 임금 평가 등급이 하락하면서 DB형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DC형으로 전환한 후,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이처럼 DC형은 운용 주체에게 리스크가 있는 만큼, 잘 활용하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제도 선택이 아닌, 이후의 ‘운용 전략’이 핵심입니다.
7. 제도 선택보다 중요한 건 ‘이해’와 ‘전략’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에게는 노후 보장 수단이며, 사업주에게는 인건비 관리의 수단입니다. 따라서 제도를 선택하기에 앞서 구조적 특성과 책임 소재, 위험요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장기적 전략 하에 선택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더 이상 수동적 복지제도가 아닙니다. 이는 기업의 재무 전략이며, 근로자의 자산 설계이자 미래 설계입니다.
8. 마무리: 퇴직연금, 이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
퇴직연금제도(DB형·DC형)의 선택은 단순히 유불리를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이해관계, 기업의 재무구조, 개인의 투자 성향, 나아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DB형이든 DC형이든 중요한 것은 제도의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특히 DC형은 적극적 운용이 핵심이므로 금융지식과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DB형은 기업의 장기 인건비 계획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퇴사 후의 보장’이 아니라, ‘노동 생애 전반의 전략’이 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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